
회의록을 AI에게 맡기면 회의가 효율적으로 바뀔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고 나서 깨달은 건, 문제는 회의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도구 비교: Otter.ai에서 Notion AI로 갈아탄 이유
회의록을 손으로 쓰던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저희 팀에서는 매주 약 3시간 분량의 회의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노트북을 붙잡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회의 중에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 받아 적다가, 끝나고 나면 1~2시간을 추가로 써서 정리했습니다. 기억이 흐릿해진 부분은 자기도 모르게 주관이 개입되기도 했고, 결정적인 내용이 빠지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도입한 도구는 Otter.ai였습니다. 실시간 전사(transcription)를 지원하는 도구인데, 전사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영어 회의에서는 발화자 식별(speaker identification)까지 자동으로 학습되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이름과 함께 정리된 텍스트가 회의 후 10분 이내에 도착했습니다. 발화자 식별이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해 각 발언을 해당 화자에게 연결해주는 기능으로, 여러 명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특히 빛을 발합니다.
그런데 한국어가 섞이는 순간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술 용어가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거나, 두 사람이 동시에 발언하는 상황에서는 전사 오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특정 전문 용어는 전혀 다른 단어로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정 작업이 생기는 순간, AI 도구를 쓰는 의미가 절반쯤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Notion AI Meeting Notes로 전환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팀이 이미 Notion을 핵심 업무 툴로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정식 출시된 이 기능은 실시간 전사, 요약, 액션 아이템 자동 추출을 Notion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합니다. 전사 정확도만 놓고 보면 전문 도구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전환을 결정한 건, 워크플로 통합(workflow integration) 측면에서의 이점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했기 때문입니다. 워크플로 통합이란 여러 업무 도구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주요 AI 회의록 도구를 선택 기준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Otter.ai는 실시간 전사 정확도와 발화자 식별이 강점이며 영어 회의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tl;dv는 3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하고 타임스탬프 하이라이트로 영상 클립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Fathom은 Zoom에 특화되어 특정 구간을 클립으로 공유하는 데 강합니다. Sembly AI는 태스크 자동 추출 기능이 돋보이며 프로젝트 추적에 유리합니다. Notion AI Meeting Notes는 Notion 기반 팀에게 워크플로 통합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액션 아이템 추적: AI가 바꿔놓은 건 회의록이 아니었다
진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회의에서 "○○ 씨가 다음 주까지 처리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그 내용이 실제로 실행된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저희 팀의 솔직한 대답은, Notion AI 도입 전에는 절반도 안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의록은 있었습니다. 공유 폴더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었고, 원하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회의 비효율의 핵심이었는데, AI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 했습니다.
Notion AI가 추출한 액션 아이템(action item)은 Notion 데이터베이스에 담당자, 마감일, 진행 상태와 함께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액션 아이템이란 회의에서 결정된 실행 과제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항목입니다. 담당자는 자신의 Notion 대시보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주간 스탠드업(standup) 미팅에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스탠드업이란 팀원들이 짧게 모여 각자의 진행 상황과 장애물을 공유하는 정기 점검 회의입니다.
이 변화 이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다음 주 스탠드업 때 "그거 어떻게 됐어요?"라는 질문으로 묻혀버리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변화 중 가장 실질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AI 회의록 자동화가 회의 효율화로 직결된다고 보는 시각에는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전사와 요약이 자동화될수록, 오히려 "AI가 알아서 정리해주겠지"라는 심리로 회의 자체에 덜 집중하는 수동적 회의 문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McKinsey Global Institute의 분석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의 약 28%를 이메일과 회의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소비합니다. 회의 시간이 이미 충분히 많은 상황에서 자동화 도구가 회의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저는 실제로 이 부작용을 목격했습니다. 회의록이 자동으로 생성되니까, 회의 중에 메모를 안 하는 팀원이 생겼습니다. AI가 다 잡아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 거죠. 그런데 AI가 '논의의 뉘앙스'까지 잡아주지는 않습니다. "이거 계속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 누군가의 망설임, 결정 직전의 침묵 같은 맥락은 텍스트에 남지 않습니다. 이걸 놓치기 시작하면, 회의록은 정확한데 회의는 점점 형식화됩니다.
Slack, Jira 같은 협업 툴과의 연동 여부가 도구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회의록이 업무 흐름과 분리된 채로 존재한다면, 결국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파일로 남을 뿐입니다.
AI 회의록 도구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전사 정확도보다 지금 팀이 쓰고 있는 업무 툴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Notion 기반 팀이라면 Notion AI Meeting Notes부터 2주만 직접 써보시고, Zoom을 주로 쓰신다면 Fathom이나 tl;dv가 더 맞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회의록 도구는 정확한 도구가 아니라, 팀이 실제로 열어보는 도구입니다.
참고:
tldv.io 블로그 — "2025년, 일잘러들이 즐겨 쓰는 AI 회의 어시스턴트 19가지": https://tldv.io/ko/blog/best-ai-meeting-assistants/
Notion 공식 — "Notion AI로 더 나은 글쓰기": https://www.notion.com/ko/help/guides/notion-ai-for-docs
Tiro 블로그 — "2025년 회의록 작성 AI 추천 5가지": https://tiro.ooo/ko/blog/recommend-meeting2025
Brunch — "Notion AI 회의록 직접 써봄": https://brunch.co.kr/@wavv/28
ClickUp 블로그 — "2025년 최고의 AI 회의 노트 도구 10선": https://clickup.com/ko/blog/73927/ai-tools-for-meeting-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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